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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회색도시 광주, 이제 녹색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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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회색도시 광주, 이제 녹색도시로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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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순 광주광역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기고] 박필순 광주광역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기상청에 따르면, 8월 한정 전국에서 가장 기온이 높은 곳은 광주 서구 풍암동이다. 30년간 8월 평균 최고기온으로 한정한 결과지만, 기온만 놓고 보면 ‘광프리카’라는 말은 더는 실없는 농담이 아니다. 광주는 밤에도 열이 식지 않는다. 2023년 여름, 광주의 열대야 일수는 20.6일로 대구(18.2일)보다 많았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한국기상학회장) 연구팀이 역대 가장 뜨거웠던 1994, 2016, 2018년 폭염을 비교한 결과, 일 최고기온 33도 이상이면서 습도가 66%가 넘는 ‘습한폭염’은 광주가 90.8%, 대구가 26.5%로 나타났다. 대구가 ‘건식 사우나’라면, 광주는 ‘습식 사우나’다. 광주가 더위 체감도에서 훨씬 불쾌한 도시가 됐다는 의미다.

 폭염뿐만이 아니다. 2주일 주기로 쏟아진 폭우는 광주 시내를 연이어 물에 잠기게 만들었다. 북구 교량 일대와 복개하천 주변은 여지없이 침수됐고, 도로는 물길로 바뀌었다. 더운 도시, 젖는 도시. 지금 광주는 기후재난 앞에 무방비 상태다.

 기후약자 위협하는 ‘콘크리트’ 걷어내자

 문제는 도시의 구조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광주는 비를 머금지 못하고 흘려보낼 뿐이다. 도심의 불투수율이 높아질수록 빗물은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배수로를 향해 달린다. 아무리 정교한 배수 시스템을 갖췄다 해도, 이 구조 안에서는 폭우를 감당할 수 없다. 윤희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장은 “물이 닿자마자 흘러내리는 도시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침수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도시다.

 광주의 현주소는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전국에서 아파트 비중이 가장 높다. 그런데도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공원은 축소됐다. 인구 대비 도시녹지 비율은 최하위권이다. 도시는 열을 품고 바람은 갇힌다. 바람길은 끊겼고, 열섬현상은 매년 악화되고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은 열을 머금고, 그늘을 잃어버린 도시는 사람들의 피난처를 허락하지 않는다.

 더위와 홍수 앞에 가장 먼저 쓰러지는 건 그늘 밖의 노동자와 냉방 없는 주거에 사는 저소득층, 홀로 사는 고령층 같은 취약계층이다. 기후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빗물이 스며드는 ‘물순환도시’로

 해법은 있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이미 ‘녹색 도시’로 전환을 시작했다. 뉴욕의 ‘하이라인’, 싱가포르의 ‘시티 인 어 가든’, 도쿄 미드타운 히비야 프로젝트, 중국의 ‘스펀지시티’는 모두 물과 도심 속에 녹지를 늘리는 시도다. 국내에서도 서울 청계천 복원과 경의선숲길, 순천 오천저류지 같은 좋은 사례가 있다. 도시 구조를 바꾸고, 생태 기반 해법을 선택한 결과다.

 광주 역시 늦지 않았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이제는 콘크리트를 걷어내야 한다. 빗물이 스며드는 도시, 열을 식히는 도시, 사람이 숨 쉴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광주의 도시정책을 ‘녹색도시 전환’의 관점에서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 그린인프라 확충, 복개하천 복원, 푸른길 시즌2, 백만평 광주숲 같은 녹지 확장은 단순한 미관 개선이나 생태 개선 시도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대책이다.

 ‘점-선-면’ 구조로 대응책을 제안한다. 점은 나무다. 1가구 1그루 나무심기 캠페인, 도시 곳곳의 그늘목 식재로 녹색 점을 찍어야 한다. 선은 숲길이다. 광주시민의숲, 푸른길, 영산강변·황룡강변의 숲길들을 연결하는 녹색축을 복원하자. 면은 공원이다. 생활권 공원과 쉼터, 저류지 공원을 통해 도시 전체를 쿨링다운해야 한다. 여기에 쿨루프, 쿨페이브먼트처럼 도시의 표면을 바꾸는 기술적 전환도 필요하다.

 도시는 생각보다 빠르게 변할 수 있다. 상무지구에서 추진한 물순환선도도시 시범도시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 광주는 회색도시에서 녹색도시로 전환할 준비를 해야 한다. 시민이 재난 앞에 무력하지 않은 도시, 자연과 사람이 함께 숨 쉬는 도시. 그것이 바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광주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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